너무 맛있어서 씨앗을 던져둔 게 시작
어느 날 참외를 사서 먹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먹으면서 문득 "이 씨앗 심으면 자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별 계획 없이 씨앗 몇 개를 화분에 대충 던져뒀다.
기대는 딱히 안 했다. 그냥 "혹시 나면 좋고"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후로는 정말 쑥쑥 자랐다.
넝쿨이 지길래 새 막던 프레임을 지지대로 써봤다
문제는 자라는 속도였다. 화분 하나에 심어뒀을 뿐인데 넝쿨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침 근처에 다른 열매를 새한테서 지키려고 설치해뒀던 방조망 프레임이 있길래, 이걸 지지대 삼아 참외 넝쿨을 올라가게 해줬다.
생각지도 못한 용도로 프레임을 재활용한 셈인데, 넝쿨식물이라 그런지 손으로 몇 번 유인해주니 알아서 잘 타고 올라갔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넝쿨이 프레임을 타고 오르면서 노란 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꽃을 처음 봤을 때는 "이거 사람이 직접 인공수정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참외나 오이 같은 작물은 손으로 수분을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딱히 뭘 안 해도 벌들이 알아서 꽃 사이를 옮겨 다니며 수정을 시켜준 모양인지, 며칠 지나니 꽃이 진 자리마다 자연스럽게 열매가 맺혀있었다. 괜히 걱정했다 싶으면서도, 그 작은 열매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 내가 한 거라곤 씨앗을 던져놓은 것뿐인데, 꽃이 피고 벌이 오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이 전부 알아서 이루어졌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꽃이 진 자리마다 작은 열매가 맺혔는데, 처음엔 손가락만 한 크기로 시작해서 눈에 띄게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수확해서 먹어봤는데, 진짜 달았다
이렇게 자란 열매를 몇 개 수확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달았다.


사실 생김새는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매끈하지 않고 좀 못생겼고, 크기도 시판용보다 작은 편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비료를 따로 준 것도 아니고 순치기(곁순 정리) 같은 관리도 전혀 안 해준 상태에서 그냥 알아서 자란 거라는 점이다. 손 하나 거의 안 댔는데도 이 정도로 자라서 단맛까지 내준 걸 보면, 오히려 그래서 더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며
- 시작: 먹고 남은 씨앗을 화분에 대충 심음
- 지지대: 원래 새 막으려던 프레임을 재활용
- 관리: 비료, 순치기 등 특별한 관리 없음
- 결과: 못생기고 작지만 확실히 단 열매 여러 개 수확
특별히 신경 쓴 것도 없는데 이만큼 자라준 걸 보면, 참외가 생각보다 키우기 수월한 작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엔 씨앗을 좀 더 계획적으로 심어서, 얼마나 더 실하게 키울 수 있을지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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